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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 생각/大韓民國

한 아일랜드 신문 기자의 현지 르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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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에너지의 나라 한국은 너무도 '순수한 축구'를 하고 있다" - 한 아일랜드 신문 기자의 현지 르포 기사

독일전이 열리는 25일 아침 우리은행의 김종욱 수석부행장이 전화와 함께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어젯밤에 동호인인 지형범 인성디지탈 사업본부장이 보내온 글인데, 내용이 너무 좋아 우리은행 사내 게시판에 띄우는 동시에 프레시안에서도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기사 제목은 '패배한 국가들의 의례적인 투덜거림에 너무 신경을 쓰는 희한한 나라 한국'이었다. 한 아일랜드 신문의 기자가 직접 한국에 와 취재를 하고 쓴 기사라 했다. 읽어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지형범 본부장에게 전화를 해 정확한 글의 출처를 물었다. 프리챌의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글이라 했다. 원문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묵혀 두기에는 너무나 좋은 글이라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그대로 소개한다. 원문을 아는 독자의 연락을 바란다. 편집자

'패배한 국가들의 의례적인 투덜거림에 너무 신경을 쓰는 희한한 나라 한국'

매우 재미있다. 강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월드컵이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극적인 변화가 있는 듯하다. 영원하리라 생각되었던 유럽 강팀들이 줄줄이 쓴잔을 마시고, 마지막 남은 독일도 센터링에 큰 키의 헤딩에만 의존하는 맥빠진 전술만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처럼 무섭게 하나씩 나타나던 아프리카 지역도 아니나 다를까, 세네갈이라는 본선 첫 진출국이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며, 유럽에서 별 볼일 없던 터키가 예선에서 혼쭐내 주었던 브라질과 다시 한번 경기를 가지게 되는 매우 재미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나는 이 중에서도 한국이라는, 중국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에 관심이 간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다. 예전에 88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 이 작은 나라는 놀랍게도 이번 월드컵에서 경제선진국 일본과 공동 개최를 한다는 것이었다.

월드컵 사상 첫 역사적인 공동 월드컵 개최에서 일본과 함께 하는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일단 무작정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움의 극치였다. 이런 거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나라가 이런 곳에 있었다니. 온 나라가 붉은 물결이지만 결코 잔인하지도, 혼란스럽지도 않았다. 게다가 월드컵의 반란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팀은 자신의 나라와 완전히 똑같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한국의 경기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팀은 아직도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들은 개인기, 조직력, 전술 실현도, 감각, 체력까지 매우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브라질의 돌풍 후 많은 나라에서 개인기 위주의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변해갔다.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 중심의 축구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두 다리로 넓은 그라운드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던 그 원초적인 축구가 서서히 퇴보하는 느낌은 너무나도 싫었다. 스타들은 월드컵을 몸값 올리는 무대로 생각하여 부상을 항상 걱정하고 골 세리모니에 자신을 돋보일 궁리만 한다. 지능적으로 파울을 유도하는 건 당연한 방식이 되어버렸고, 항상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깨끗한 경기는 점점 줄어들어만 갔다.

그런데! 이 거대한 에너지의 나라 한국은 달랐다. 난 이렇게 순수한 열정과 투지의 축구를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가 않는다. 이 열정의 붉은 색으로 하나가 되는 한국의 축구는 아직도 그 순수한 축구를 하고 있었으며, 그 축구로 재미없는 유럽의 강호들을 모두 패배시키고 있는 것이다!

승리를 향한 투지, 넘어지고 힘들어도 한국선수들은 눈빛이 변하지 않았다. 상대팀이 때리고 깊은 태클에 욕을 해도 정작 그들은 상대의 다리에 충격을 주는 플레이는 아예 할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공과 골대를 향해 뛰고 또 뛰는 것이다. 한국의 응원단 붉은악마들도 상대팀에게 전혀 악의없이 자국 팀에게 에너지를 미친 듯이 발산시키는 것도 매우매우 인상적이었다.

난 솔직히 말하여 감동했다. 한국에게 관심이 간다. 그리고 마음에 든다. 와우. 길거리는 또 하나의 엄청난 매력이었다. 모든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결코 잔인하지가 않다! 규모는 훌리건들이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지만 내적인 수준은 더욱 그렇다. 한번의 경기가 끝나고 난 한국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오우. 전국에서 겨우 몇 가지의 작은 사고가 전부였다. 믿을 수가 있는가? 유럽에서는 부술 수 있는 건 거의 남겨두지가 않아도 이해가 될 정도로 열광적인 하루였지만 이들은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순수 그 자체다! 정말 이들이 악마, 붉은악마란 말인가?

매우 재미있고 희한한 모습들을 발견했다. 한국팀들은 상대의 반칙 플레이에 투혼을 발휘하여 승리를 하였다. 이것은 정당한 승리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이 패한 나라의 말에 많은 귀를 귀울이는 것이 아닌가. 이탈리아,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

이탈리아 문화는 세련되고 매력적이지만 그 나라 자체는 결코 그렇지가 않다. 유명한 이탈리아, 스페인 리그에서는 판정 시비가 기본이다. 이들은 매우 신경질적이고 결과에 지루하게 집착한다. 게다가 한국은 홈팀이며 FIFA랭킹도 낮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오심 시비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남의 나라 투덜거림에 신경 쓰는 것일까? 이건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한국이 착한 나라여서 그런 건가? 진 팀의 오심 시비는 변명일 뿐이다. 유럽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최소한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 정도가 되지 않는 한 오심시비는 진팀의 변명이며 언제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팀은 분명히 편파판정 없이 승리로 이끌었다. 몇 가지 애매한 판정이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애매한 상황이었으며 심판들은 소신껏 판정을 하였다. 재미있다. 한국인들의 습성이 그러하다. 축구의 순수함을 아직도 가지고 있으니 남의 나라의 이목에 신경쓰는 것도 관심이 간다.

오심 시비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도 이렇게 큰 대회에서 그런 것은 더욱 그럴 것이다. 한국은 이제야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로 쓸 도약을 하는 것이라 아마도 익숙한 상황이 아니라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해본다.

박태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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